바이레도 향수
반갑다, 솔샘이다.
알 사람은 다 아는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의 모하비 고스트, 발다프리크 오 드 퍼퓸을 2개월 간 사용했다. 정가가 거의 20만 원에 육박하는 향수를 덜컥 두 개나 사버렸다.
군 생활하던 중 생활관에서 꿉꿉한 홀아비 냄새에 시달린 나는 환기는 물론 방에 양키캔들도 갖다 놓고 탈취제도 수시로 뿌리는 등 나름대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는 씻고 나면 없어지지만 근 10년 간 곰팡이가 핀 채 방치된 3단 매트리스의 냄새는 아예 갖다 버리는 것 외에는 도저히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매트리스를 세탁기에 넣고 돌릴 수는 없잖아...?'
그래서 나는 전역 후에 향기로운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걸어 다니는 하수구는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저건 핑계고 그냥 갖고 싶어서 샀다.
1. 구매
바이레도의 오 드 퍼퓸은 50mL, 198,000원 / 100mL, 298,000원이다.
모하비 고스트 오드퍼퓸은 국내 베스트셀러, 발다프리크 오 드 퍼퓸은 글로벌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역시 나의 탁월한 선택이란.
시향을 위해 신세계백화점에 방문해 모하비 고스트를 구매했는데 그때 같이 시향한 발다프리크가 계속 아른거려 며칠 뒤 롯데온에서 할인받아 구입했다. 배우 박서준 님이 사용한다는 블랑쉬도 기대를 안고 시향해봤는데 어후... 그득한 꽃 향기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옆에 있던 친구도 향을 맡아보자 마자 "넌 이거 안 어울려."라며 일침을 가했다.
기왕이면 50mL보다는 100mL를 구입하는 게 더 이롭겠지만 나는 합리적 소비를 위해 용량은 50mL로 선택했다.
'사실 돈 없어서 50mL로 샀다...'
2. 향조
모하비 고스트 MOJAVE GHOST
모하비 사막의 건조함과 황량함을 이겨내고 피어난 '고스트 플라워'의 매혹적인 생존과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오마주로 탄생한 모하비 고스트는 자메이칸 네스베리의 신선한 향에서 시작하여 샌들우드, 목련 등의 향이 잔잔하게 남는다.
- TOP : 암브레트, 자메이칸 네스베리
- MIDDLE : 바이올렛, 샌들우드, 매그놀리아
- BASE : 찬틸리 머스크, 크리스프 앰버, 시더우드
괴상하고 추상적인 공식 설명을 봐서는 대체 무슨 느낌인지 전혀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향을 맡아봐도 이게 무슨 향인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게 바로 니치 향수의 매력인가.
뿌리고 난 뒤 첫 향은 따뜻하고 포근한 비누 냄새 같았고 서서히 샌들우드 향이 올라오며 몽글몽글한 구름 사이에 파묻힌 느낌을 받았다. 시트러스 향수처럼 맑고 가벼운 상쾌한 향은 아니지만 진한 우디 계열 향수처럼 너무 탁하고 무겁지도 않은 중간의 무게감인 듯했다.
샌들우드 향이 꽤나 느껴지고 이와 더불어 물 향이 은근히 나는 듯하다.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자면 쨍쨍한 햇빛 아래나 깨끗한 하늘이 아니라 희뿌연 안갯속에 둘러싸인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샤워 후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이 느낌은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 오드 뚜왈렛과 약간 비슷하다.
백화점에서 시향했을 땐 여러 향수를 집어 시향지를 코에 들이대다 보니 코가 피로해져 모하비 고스트의 향을 100%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구입 후 며칠간 뿌려보니 가장 큰 단점이 부각됐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더불어 물 향이 자칫하면 오이 냄새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듯. 그래서 모하비 고스트를 아무 생각 없이 4~5번 펌핑했다가는 주위 사람들이 이마 붙잡고 머리 아프다며 불평할지도 모른다.
모하비 고스트의 잔향은 훈훈한 남자한테서 날 법한 향이 느껴진다. 향이 중성적이라 여성에게도 무리 없이 어울릴 듯하다.
발다프리크 BAL D'AFRIQUE
20세기 후반의 파리와 아프리카 문화와 예술, 음악과 춤에서 영감을 받은 따듯하고 로맨틱한 베티버 향이다. 파리지앵의 아방가디즘과 아프리카 문화의 혼합은 독창적이고 역동적인 표현을 담아내며 네롤리, 천수국, 모로칸 시더우드로 강렬한 삶과 넘치는 행복함을 그려냈다.
- TOP : 베르가못, 레몬 네롤리, 천수국, 부쿠
- MIDDLE : 바이올렛, 쟈스민 꽃잎, 시클라멘
- BASE : 블랙 앰버, 머스크, 베티버, 모로코 시더우드
단 한 번도 아프리카에 방문한 적이 없어 아프리칸으로부터 얻은 영감과 정서를 몸소 이해할 순 없지만 발다프리크가 이국적이고 독특한 향수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향은 어디서도 맡아본 적이 없다. 백화점에서 시향할 때 너무 좋아서 감탄했다.
뿌리자마자 레몬 향이 톡 쏘며 코를 찌른다. 발다프리크는 발향 직후에 레몬 향이 올라오고 서서히 시트러스 향이 가라앉는다.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강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조를 혐오하며 특히 제일 싫어하는 향이 조말론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오 드 코롱이다. 그에 반해 발다프리크는 라임 바질과 달리 여러 향이 섞여 중화된 덕인지 본인에게도 납득(?) 가능한 상큼함을 안겨주었다. 본인에게 라임 바질의 탑노트는 에프킬라 급의 충격이었다.
흔하지 않은 달달한 향기가 퍼진다. 상큼하며 신 맛이 나는 젤리보다는 잘 익은 망고나 찐득하게 녹인 설탕의 달짝지근함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만일 이 향수가 오로지 달고나처럼 단 향만 강력하게 풍겼다면 벌레가 꼬이고 당뇨에 걸릴 듯한 느낌에 거부감이 들어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 당도 높은 감미로움을 씁쓸한 우디 향이 절묘하게 보완해준다. 미들 노트와 블랙 앰버, 머스크, 베티버 향의 조화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발다프리크는 지속력이 약하다. 모하비 고스트는 처음 뿌렸을 때의 향이 오래가는 편이나 발다프리크는 특유의 달콤한 향이 예상보다 빨리 날아가는 편이다. 발다프리크의 포인트는 우디 향보다는 달달한 향인데 말이다.
모하비 고스트와 발다프리크 모두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자 향수, 남자 향수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고 남녀 모두 소화할 중성적인 향이며 시크한 것보다는 포근하고 따뜻하며 자상한 느낌을 주고 싶은 이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계절은 땀 뻘뻘 나는 한여름만 아니라면 괜찮을 듯하며 발다프리크는 특히 모닥불 피우는 겨울에 찰떡인 듯하다.
3. 마무리
발다프리크, 집시 워터, 우드 이모텔 샘플 3종을 받았는데 또 혹해서 사버릴까 봐 걱정이다. 지금 글을 쓰는 와중에도 손목에 뿌린 향수 냄새를 맡으며 흐뭇해하는 중이다. 2달간 모하비 고스트, 발다프리크를 사용해 본 바로는 생각보다 모하비 고스트는 손이 잘 가질 않는다. 그래서 괜히 샀나 싶다가도 막상 다시 뿌려보면 나쁘지 않다는 것.
당신의 구매에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감각의 숲, 솔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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